죽백
절친 김기석군이 나 1년전쯤 선릉으로 올 때 ‘축하한다’며 난화분 하나를 가지고 왔었다. 생전 난 같은 걸 키워?본 일이 없어, 그날 물 듬뿍주고 햇볕 잘 드는 창문쪽에 두고 퇴근을 했었는데. 담날 좀 늦게 출근해보니 잎들이 포프리마냥 말라있었고, 그 중 한 잎은 반쯤 이미 말라 죽어있었다. ‘어차피 몇 주 못갈 것 같은데 버릴까’ 싶다가. 그래도 이게 생명이고, 어쨋던 이것도 인연인데 싶어. 인터넷에서 난 키우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물은 1~2주에 한번씩 흠뻑주고/ 직사광선을 피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분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 쯤 죽은 이파리도 떼어낼까하다가, 남은 반이 그래도 초록이기에 있는 그대로 둔 채 1~2주에 한번씩 물을 주고. 가끔씩 바람 쐬어주며.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그렇게 해가 바뀌었다. 지난 금요일 물 주고, 월요일에 출근해 전화를하다가 무심코 화분을 보았는데, 1년내 변화없던 잎들사이로 연초록의 봉우리가 움트고 있었다. 여리게 움트는 새 생명. 어쩌면 당연하지만, 또한 신비로운 이 경이로움이. 1년전 ‘그냥 버려버릴까’ 싶었던 내 한순간의 무지함을 다시금 부끄럽게 되돌아 보게 만들었다. 아…이제 더 정성을 다해 꽃을 피우게 해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