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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잘 알지만 : 잘 모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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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녹봉을 받고 계시는 유청장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올해 다시 한번 읽고 있는데,
불국사와 석굴암에 대한 대목을 읽다가 문득 내가 진짜 이 두 유산을 본적이나 있는건지 의아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전 가족과 함께 했던 유년의 기억은 너무 오래되어 가물가물한데다가.
조금 머리가 굵고나서 간 두번째 방문은 ‘고삐리’라는 다소 들뜬 시기였었던 관계로
유물이나 역사보다는 ‘진로’와 ‘OB’의 유혹에 훨씬 정신이 팔려 있을때였고.
대학때 답사여행에서도 경주는 ‘너무 유명한 관계로’ 늘 소외되어 있었다.
그렇다보니 ‘경주’란 곳은 내겐 ‘가리봉동’이나 ‘내발산동’같이
‘한번쯤 가본건 같은데 기억은 잘 않나는’ 그런 곳이 되버린 느낌인데.
이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조금 부끄러울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조금의 ‘의무감’과 ‘보고싶다’는 순수한 ‘동’함.
그리고 ‘역마살’이 더해져 올 봄 길을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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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대왕신종의 비천상: 이 기품있고 섬세한 문양은 실제로 보면 빨려갈듯 아름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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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대웅전

건축은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만,
불국사 대웅전을 대하며 느끼는 순간 ‘나’라는 존재가 긴 시간의 궤적을 넘나들고 있다는 묘한 감동이 마음에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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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익공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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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 돌사자 : 원래 네마리였으나 – 세마리의 행방은 묘연하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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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法鼓)

경주박물관 – 불국사를 보며 묘하게 한팀과 같이 움직이게 됐는데,
그들은 미국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 한명과 그의 아이들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였다.
아이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혼혈로 보였는데.
어줍쟎은 영어실력이지만 대충 귀동냥을 하자니,
아마도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그들의 뿌리에 대해 알려주기위해 여행을 온 듯 싶었다.
석불사(석굴암)에서 그들일행과 다시 마주쳤을때는
내가 먼저와 한 십여분쯤 넋을 잃고 본존불을 바라보고 있을때였는데.
아버지로 보이는 분의 설명이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먼저 그는 매우 감탄하며 ‘Wow’와 ‘Wonderful’을 연발했는데,
그리곤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아쉬워하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예기했다.
‘너희들 저 디테일이 보이니? 저것이 거의 2000년전에 만든 것이라는게 믿어지니?
정말 아름답지않아? 너희는 이렇게 훌륭한 선조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라, 그리고 너희가 이들의 후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려무나’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이걸 만든사람들이 누구라고?’

그러자 아이들이 합창하듯 대답했다. ‘Josangnim!’

난 그들이 떠난 후로도 한동안 더 그곳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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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에서본 동쪽: 맑은 날은 동해가 보인다고 한다.

4 Responses to “경주 [잘 알지만 : 잘 모르는 곳]”

  1. 기석 Says:

    낯익은 감동과 낯선 감동사이에서…
    감동 받는 것과 감동 받아야 할 것 사이에서…

    넌 길찾아 가고 있나부다…

  2. Minsung Says:

    글쎄…ㅎㅎ

  3. 이상준 Says:

    유적지가 다 똑같지머..주위에 맛집 빼면..ㅎㅎㅎ
    내가 넘 무식한가?

  4. 기석 Says:

    ㅋㅋㅋ상준아…유적지 갔다가 맛집 들릴래? 맛집 갔다가 유적지 들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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