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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어려서부터 유리가 좋았다. 유리에 담긴 것은 모든게 기품이 있다. 맥주가, 잉크가, 환타가, 스킨이, 와인이. 기품이 있어야 할 것부터 없어도 될 것 까지. 유리는 그 안에 담긴 것의 격을 높인다. 단단한 만듦새가. 아름답게 담긴 것의 색을 발하는 투명함이. 부질없이 있다가 사라지고마는 지금을 투영하며 빛난다. 하여나는 유리병에 담긴 맥주가, 잉크가, 환타가 좋다. 누군가는 깨어져버리고 만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내겐 그 편이 오히려 선명하다. 그리하여, 난 유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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